이는 파가노 요법을 5주 정도 수행하고 심각한 악화를 경험하여, 결국 중단 후 2개월이 지나서야 쓰는 후기이다. (망할 귀차니즘..)
2018년 가을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고질적으로 피부염이 있었고 (목, 손, 손등, 팔꿈치, 무릎) 누가봐도 티가 나지만 일상생활 자체는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곘다. 다만, 밤에만 먹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졸려야 안긁고 자니까)와 프로토픽 그리고 보습 로션으로 관리를 하는데, 프로토픽이 30g짜리를 3개 (0.1% 2개 + 0.03% 1개) 처방 받아오면 2달 정도 쓰고 동이나기 때문에 상도동에 있는 피부과로 매번 가서 약을 타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상태였다. 피부과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은 귀찮다는 생각 플러스 그리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상태가 계속되니 지친다는 생각. 다르게 말하면 무기력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내가 보면 "스테로이드 안 써도 되는 게 어디냐!"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암만 프로토픽 쳐바르고 그 동안 좋은 효과를 봤었던 반신욕+운동을 해봐도 일정수준 나아지지 않는 참혹한 현실앞에 무기력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완치를 바라는 나이기에 (지금 상태로는 어딜가나 컴플렉스. 여름에 반팔, 반바지도 못 입으니.. 수영장 워터파크는 사치일 뿐..) 피부 정보를 찾아보다 파가노 요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다 보니 계속 옆으로 새는데, 여드름도 심했던 20 중후반 시절, 나는 식이요법의 효과를 꽤나 드라마틱하게 보았기 때문에 아토피를 극복하기 위해 펠리오 식단도 해봣었더랬다. 그땐 별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이 파가노 요법(식단 포함)이라는 것은 책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세가 있었기에 뭔가 나를 끌어들이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한번 제대로 해서 이노무 피부염 뿌리뽑자! 라는 생각으로 책을 완독하고 네이버 카페도 가입. 많은 정보를 접하며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2019년 10월 1일부터 개시하게 되었다.
시작은 매뉴얼대로 사과단식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다음 것들을 시도해 보았다.
- 레몬+식염수 관장 : 뭔가 배독이 되는 것 같긴 한데 대장 내시경 준비할 때의 관장 후 호전상태와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호전 되는 걸 체감하기 힘들었음. 대장내시경 전 용액 마시고 장 청소하는 게 피부에 짱짱맨이다.
- 엄격한 식단 준수 : 채식을 주로하고 단백질은 청국장, 두부, 낫또로 섭취했다. 가끔씩 흰살 생선을 먹기도 하였지만 고기, 밀가루, 유제품은 싹 끊음. (예외로 캐피어 요구르트만 직접 만들어 먹음 : 유산균 보충 땜시)
- 반신욕, 운동 : 각각 이틀에 한번 꼴로 함. + 환부에 햇빛 쐬주기
- 차 마시기 : 장누수 증후군에 좋다는 느릅나무껍질차, 카모마일 허브티 (홍화꽃차 대신), 습진에 좋다는 우롱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유 (차는 아니지만)
- 외용제 : 청대연고, 캐스터오일, 땅콩 오일, 올리브 오일 등.
- 영양제 : 오메가 3, 아마씨유, 유산균, 비타민 D
- 그린스무디(해독쥬스) : 로메인 상추,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비트 등 좋다는 건 넣어서 갈아 마심.
- 식용 베이킹 소다를 먹으면 가려움증이 사라진다 해서 먹어보았으니 효과 무
- 하루 아몬드 5알~10알 (구운거지만)
- 하... 책 읽고 하라는 거 거진 다 해본거 같은데 시간이 지나니 기억이 안남. 암튼 열심히 했다고. 참고로 프로토픽+항히스타민제와 같은 약물들은 다 끊어버림.
먼저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치료는 효과보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난 후자이다. 오히려 더 심해졌지. 그렇더라도 파가노 요법 할지말지 고민하시는 분은 넘 겁 먹지 말고 적어도 해보시길.
- 먼저 좋은 소식을 알려주자면 5주만에 약 10키로가 감량 되었다. (이것 또한 내 목표 였음. 난 돼지였으니).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 증세가 다소 완화되었다. 좋은 것들만 먹어서겠지? 자, 그럼 이제 나쁜 소식들을 알려주지
- 시작하고 점점 건조해지더니 몸이 사막이 되었다. 전신이 빨개진 피부에 보습제를 아무리 쳐발라도 따갑기만 할 뿐 1시간 뒤면 원상복귀 된다. 보습제를 많이 발라서 나아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음. 물을 많이 마셔도.... 열 받고 건조한 피부에 소용이 없더라.
- 하물며 땀도 안난다. 반신욕 하면 간신히 땀이 나긴 하는데, 운동하면 평소보다 땀이 안나고 몸은 데워지니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체감하였다. 여기서 "체감"이라고 하는 말의 표현은 확연히 느꼈다는 뜻이므로... 역효과를 체감했다는 것은 굉장히 안좋았다는 말이다. 땀을 많이 낼떄까지 죽어라 하던가 하는게 나을지언정 적당히 빡센 운동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 무엇보다 나를 괴롭혔던 목의 진물. 목과 가슴 위쪽 그리고 귀 뒤 까지 진물이 나기 시작하면서 나를 폐인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아토피 녀석. 정말로 강력 하구나... 샤워할때는 쓰라려 죽고 나오면 건조+진물. 항생제 연고인 무피로신 연고를 이틀에 하나꼴로 썼다. 늦은 밤 잘 시간이 되면 타이머 맞춘 것처럼 나오기 시작해서 내 옷을 적시고 베개를 적시고.. 엄청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목 진물은 정말 답이 없다. 자고 일어나면 각질 천지에... 창 밖에 이불 한번 털면 어후................ㅠㅠ 점점 심해져서 나중에는 목도 건조해서 방향을 돌릴 수가 없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어깨에 엄청난 통증을 달고 살았다. 파가노 중단하고 다시 약을 쓸 때까지 한 3주 존버헀던 것 같다. 어떻게 버텼지.. 더 심한 사람은 몇달 간다던데.. 헐.. 버틴사람에게 박수를.
- 오한. 그것도 엄청나게. 파가노요법 부작용에 오한은 없던데 왜이리 추운지.. ㄷㄷ 나 혼자 겨울 옷 입고 살았음. 탈스테로이드 부작용에 오한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 또한 꽤나 괴로웠다. 아마도 피부 기능이 망가지면서 체온 관리가 안 된 거겠지.
- 먹은 게 별로 없어서인지 고기같은 기름기 있는 걸 먹지 않아서인지.. 변비증세가 있었다. 야채로 식이섬유도 많이 먹고 물도 많이 먹는데 어째서 변비가?? 정말 모르겠다.
암튼 수분없는 선인장과 같은 삶을 살았음.
- 가려움증은 더욱 심해짐. 낮 시간은 회사도 가고, 어찌 버텨도 잘 시간이 두렵다.
- 이게 치명적이었는데 한 3주 정도 됬을 무렵. 눈이 침침해 진다. 난 이게 아토피인들에게 찾아온다는 백내장,녹내장인줄 알고 겁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살았음. 침침한게 어느 정도냐면 모니터 글씨가 잘 안보여 시벌...ㅠㅠ 근데 신기한게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났을 때는 눈이 잘 보인다. 근데 회사 가서 일하다보면 금방 눈이 침침해지면서 안보임. 내가 결론 내기로는 내 눈 속 어딘가에 수분들이 날라가면서 건조해지고 이게 시신경이라던가 무언가를 땡기면서 시야를 망가뜨리는 게 아닌가 분석했음. 이거 잘 안보인다 말하니 와이프가 기겁하면서 파가노 중단 권유. 그리고 바로 중단. 다행히 안과 가니 이상 없답니다. ㅠㅠ
다시 기존 관리요법대로 돌아감. (항히스타민제 + 프로토픽) 먹는 거 정상화 하고 그 동안 못 먹은 걸 보상코자 내가 좋아하는 처갓집 양념통닭 잡수심 ㅎㅎㅎ 다행히.. 한 1주일 지나니 기존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눈이 호전되는 게 2주 정도롤 제일 더뎠음)
살만하다 싶긴 했어도 초기상태가 워낙 영 별로였으니... 여전히 절망 속에 있음.
여기가 나한테는 알짜배기 부분이라고 할 수있는데 먼저, 존 파가노 박사가 고안하고 성공시킨(?) 파가노 요법은 거의 대부분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책에서 습진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는 하지만 잠깐 뿐이다. 신뢰될 만한 데이터는 없었다고 본다. 따라서 아토피는 건선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파가노요법의 식단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떄 누구나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다소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했고 다시 한다면 여름에 도전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오한이 너무 심했어서 스트레스를 받았기 떄문이다. (스트레스는 다시 피부에 악영향..) 그리고 고기를 먹을 것이다. 나의 경우 몸이 건조할 때는 고기를 먹어줘야 그나마 복구가 되었다. 단 구워 먹기 보다는 보쌈처럼 삶거나 찐 것으로 먹어야지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프로토픽과 힝히스타민제와 같은 치료제들을 모두 버리고 자생적으로 살아갈 생각인데, 심해진 뒤로 여태껏 끊어 본적이 없기 때문에 혹시 파가노요법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약을 같이 끊어버려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 역시 조금 들고 있다. 따라서 여름에 다시 도전하면 약을 끊지 말고 계속 써 볼 생각이다. (점차 줄여가며 테이퍼링하여 결국 언젠가는 끊는 것을 목표로.) 그러면 파가노가 나에게 문제였는지 약을 끊은게 문제였는지 조금 더 파악하기 쉬울 것이다.